[취재수첩] 독일과 이스라엘의 '화해 품격'

입력 2018-01-24 18:04  

[ 이설 기자 ] 지난 22일 서울 남산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 대사가 인사말을 했다. “독일의 극악무도한 범죄에도 유대인과 이스라엘 정부는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이를 받아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답사를 했다. “화해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추모 행사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제안하고 주한 독일 대사관이 이에 부응해 지난해부터 열렸다. 유엔은 2005년 홀로코스트 역사 교육을 증진해 미래의 인종학살을 막자며 매년 1월27일을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로 지정했다.

이날 독일 측은 유대인 대학살의 가해국으로서 어두운 역사를 참회하고 피해국 이스라엘 측에 경의를 표했다. 이스라엘은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돌이켰다. 불편한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상호 존중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 아래 협력을 다지는 모습이었다.

호셴 대사의 말처럼 양국 관계가 처음부터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1965년 당시 서독과 이스라엘이 수교했지만 독일 대사가 이스라엘에 첫 부임하자 성난 군중은 “나치는 물러가라”며 반발했다. 이스라엘 정상이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한 것은 22년 후인 1987년이었다.

양국의 신뢰 관계는 독일 정부가 일찍부터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을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폴란드 홀로코스트 현장을 찾아 희생자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많은 유대인이 화해 움직임에 반발했으나 독일 정부는 반복해서 사죄하고 반성했다.

이날 독일 대사가 외빈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독일의 극악무도한 범죄였다”고 언급한 것은 그 일환이었다. 작은 자리일지라도 지속되고 일관적인 반성이 쌓여 이스라엘 국민의 마음을 녹였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위안부 강제동원 등 가해국인 일본에 피해국 한국이 아직도 맺힌 응어리를 풀지 못하는 것은 독일의 한 걸음 한 걸음과 자꾸만 비교되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이설 국제부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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